얼음으로 만든 항공모함이 만들어질 뻔한 사건 (하버쿡 프로젝트)
- 미스테리
- 2017. 12. 19. 19:53
인간의 상상력은 놀랍기만 합니다. 이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하버쿡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20세기 초 영국은 세계 2차대전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독일이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 홀로 서유럽을 지키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온 유럽이 나치 독일의 수중에 넘어갔기 때문에 미국과 무역을 위한 상선의 안정적인 활동이 필요했죠. 하지만 이 상선은 독일의 유보트 작전 때문에 아사 직전에 놓이게 됩니다. 제공권은 독일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해권은 유보트에 의하여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독일의 유보트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보트를 잡기 위해서는 초계기를 띄어서 감시를 해야 하지만, 초계기는 항공모함이 필요하죠. 하지만 영국은 전쟁 중이기 때문에 항공모함을 건조하기 위한 자원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 그까짓 항공모함 얼음으로 만들면 되지!
이때 제프리 파이크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얼음으로 항공모함을 만든다는 미친생각을 제프리 파이크라는 사람이 한것이지요. 모든 사람이 의문을 갖을 수 밖에 없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녹으면 어떻게 하지?' 당시의 많은 영국사람들도 이러한 의문을 품었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제프리 파이크는 이에대한 해결책으로 '파이크리트'라는 신소재를 내 놓았습니다.
파이크리트는 그냥 얼음이 아닙니다. 목재펄프를 4~14% 정도로 섞으면 강도와 경도가 매우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제프리 파이크의 오리지널 기술은 아닙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에스키모인들이 얼음 썰매에 이끼를 집어 넣어서 더 단단하게 만드는데서 착안을 하였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파이크리트로 만든 칼로 캔맥주를 깨부수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파이크리트는 섭씨 20도에서 2개월 정도 녹지않고, 물위에 뜨게됩니다. 아시겠지만 얼음은 물보다 비중이 낮기 때문에 물에 뜨게 됩니다. 여기에 목재펄프가 더해졌기 때문에 비중은 더욱 낮아지게 되겠죠.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파이크리트는 어느정도의 총격을 막을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파이크리트가 총에 맞았을때의 모습입니다. 왼쪽의 얼음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파이크리트는 구멍이 조금 뚫리고 만 수준이죠. 이러한 근거를 들어 프리 파이크가 영국의 지도부를 설득하였고 다음과 같은 항공모함의 청사진을 그리게 됩니다.
상상도이기는 하지만 엄청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판 아래는 파이크리트로 이루어 져있고 위에는 초계기를 비롯한 항공기가 놓여져 있습니다.
계획된 하바쿡 항공모함은 은 100~200 여대의 항공기를 실을수 있으며, 배수량은 220만톤을 자랑 하였습니다. (지금 최강의 항공모함보다 크기만으로는 압도합니다.)
외벽은 어뢰에 버티기 위하여 12m의 파이크리트 벽이 있고 그 외측에 단열재와 목재로 덮게 됩니다. 그리고 하바쿡의 가장 놀라운점은 선체에 냉각 시스템이 있어서 어뢰로 인한 선채 파손시 바닷물과 펄프를 섞어서 즉석에서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마치 좀비와 같은 항공모함이네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끝까지 진행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1944년에 밴프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작은 프로토타입을 건조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론은 완성될 하바쿡 항공모함은 기존 항공모함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더 실효성이 낮다는 것 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띄어 봤더니 갑판 높이가 수면 높이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파이크리트 자체는 물에 뜨는 물체이지만, 파이크리트 만으로 배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2. 파이크리트의 강도가 항해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항해를 하면 파이크리트가 휘어지게 된 것이죠.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강을 해야하는 내부 철근이 필요했고, 12m 두께의 외벽을 보강하기 위한 철근의 양이 어마어마 했던 것이지요. 즉, 경제성이 약화된것입니다.
3. 파이크라이트는 20도까지 버티는 재료이지만, 메마른 곳에 가게되면 파이크리트는 녹지 않는 대신에 기화를 한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 졌기 때문입니다. (드라이아이스가 액체가 되지 않고 막바로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되면 작전 영역이 너무 좁아지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전쟁이 종전으로 치닫게 되고 미국이 참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항공모함으로 대서양 제해권을 장악해 주어서 더이상 하버쿡 프로젝트는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하버쿡 프로젝트는 프로토타입 한번 만들어 보고 페이퍼 플랜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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